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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속이야기

고양이 두마리 : 내 창고는 동물농장

by cyberks 2023. 2. 10.

 

예전 음.. 그렇게 예전까진 아니지만 창고에서 일했을때가 있었다.

 

거기에는 창고 입주이사 첫날부터 어슬렁 거리던 검은고양이 한마리가 있었는데

 

근처 편의점에 달려가 캔하나 뜯어줬더니 나는 금방 달려들어 친해줄 알았던 그 고양이는

 

하루종일 참치가 말라가도록 먹지않았다

 

그래서 키우는 고양인가 생각이 들었던 찰나 퇴근할때 허겁지겁 먹고있더랬다

 

조용히 옆에 앉아 담배를 물면서 이름을 뭐라 지을까 하다가 이내 '미미'라고 지었다.

 

알고보니...수컷있던 고것은 사회통념상 암컷에게 보통 주어지는 이름을 붙인것이다.

 

그래서 조선시대때 장수하라는 의미로 개똥이나 소똥이로 이름지은것처럼 오래살길 바라자고 속으로 생각했다.

 

미미는 한달 두달 시간이 지나면서 정을 붙이기 시작했다. 이내 내 사비로 사료포대를 사서 먹이를 주는 지경에 이르렀다.

 

입맛은 또 까다롭게 연어가 들어간건 먹지않았던걸로 기억한다.

 

하루는 미미가 눈탱이가 밤탱이가되어서 왔는데 길고양이다보니 벌에 쏘인것같았다.

 

나하나도 건사못하는 마당에 동물병원을 데려갈까 했지만 이내 무시하고 퇴근했다 물론 안쓰러웠다

 

다음날 며칠 지나니 감쪽같이 붓기가 가라앉아 정상적인 모습으로 다시 나타났다.

 

그리고 고양이 치곤 상당히 조용하고 안울었던것으로 기억한다.

 

또 하루는 피가 범벅이 되어서 상처가 많이나서 왔는데 미리 퍼놨던 사료를 날롬날롬 먹더니 이내 골목으로 스윽 사라졌다.

 

내자식이 때리고오는건 그렇다 치더라도 맞고오는건 안된다고 좀 속상한 날이었다.

 

그래서 골목고양이들중에서 왕따당하나 했더니 아주 나중에 안사실인데 미미가 골목대장이었던것같다. 가끔식출몰했던

 

다른고양이가 우리 창고에는 얼씬도 못했으니 말이다.

 

파랗게 새싹이피고 이내 더운 바람이 불기 시작할 때즈음 삼색고양이 한마리가 미미옆에 쪼그리고 앉아있었다.

 

금방 미미가 쫓아내겠거니 했는데 웬걸 같이 사료를 먹으며 뒹굴거리면서 장난을 치더랬다.

 

미미가 여자친구를 데려왔나해서보니 마침 암컷이었다. 이름은 또 공교롭게 철수로 지었다.......

 

작명센스하곤...

 

철수는 정말 엄청 울어댔고 밥줄때만 부비부비를 허락해줬다. 처음엔 엄청 얄미웠는데 이내 정이드니 곧잘 손길을 탔던 녀석이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또 추운겨울 나는 출근하자마자 정말 소스라치게놀랐다. 창고문을 여니 무언가가 여러마리가 되어보이는게 샤샤샤샤샥하면서 사라진것이다.

 

나는 쥐인줄알고 불을 다 켜면서 구석구석 뒤지던중 세상에... 철수가 새끼를 낳은것이다...무려 7마리를...우리 창고에서...

 

사실 내 창고는 고양이 응아 천국이 되고있었는데 하루에 야옹이 응아 치우는게 루틴이 될정도로...

 

철수는 새끼를 옴팍 안으며 야옹야옹 울어댔다..분명 밥달라고 하는건데 이 추운날 혼자 새끼를 낳은 녀석을 보니

 

일반사료만 줄수없어 특식을 주었다 이것저것 고양이한테 좋은 참치와 따뜻한물과 버릴만한 큰 방석하나를 주어와 그냥 자리를 만들어줬다.

 

근데 적자생존이랬던가 새끼는 이내 3마리밖에 남지않았다. 아마 나머지 새끼들은.....ㅠㅠ

 

또 친구가 스마트스토어를 열었다고 마침 고양이용품을 팔길래 밖에 고양이 숨숨집을 하나 놔줬다.. 비싸게샀는데....

 

정말 들어가는 꼴을못봤다...참말로 이녀석들

 

겨울에되면 사무실은 따뜻한걸 알아서 그런지 사무실문을 벅벅 긁어댔다 이내 문을 열어주면

 

쪼로로니 들어와서 난로한켠에 턱하고 꼬리를 말며 눕는모습이 참 상전이다~생각이 들었다.

 

여차저차 일을하며 지내던도중 창고를 옮기게되어 이사를 할때였다. 아마 마지막날 이었을 것이다.

 

데려갈까 말까하다가 새로운 영역에 풀어놓을텐데 민폐기도하고 또 고양이가 스트레스받을까봐 차마 데리고가진 못했다.

 

그동안 챙겨놨던 사료를 모두 담아서 내놔주고 마지막 창고문을 닫기전

 

 따듯한 햇살을 맞으며 창고 창문에 걸터앉아 밖을바라보다

 

이내 날 바라보고 야옹 하던 미미가 기억이 난다..

 

잘지내겠지. 보고싶은 미미,철수 늘 건강하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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